“을지대학교병원 덕분에 건강하게 몽골로 돌아갑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몽골의 고고학자 바추크(Batsukh Dunburee)씨(몽골 과학아카데미 역사학고고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개최한 아시아권 문화재 보존과학 국제연수 워크숍 참가차 4개월여의 일정으로 지난 4월 초 한국을 찾았다. 8월 23일 수료식을 마친 후 고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던 바추크 씨는 갑자기 심한기침과 호흡곤란에 시달렸다.
급히 을지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바추크 씨의 진단명은 급성심근경색에 의한 허혈성 심부전.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폐에 물이 찬데다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시술도 필요했다. 자칫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바추크 씨는 급히 필요한 시술을 받은 뒤 8일 간 내과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나서야 일반 병실로 옮겨 조금씩 회복 속도를 높여갔다. 몸 상태는 나날이 좋아졌지만, 바추크 씨가 걱정하는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치료비 문제였다.
바추크 씨는 “몽골에서 받는 한 달 월급을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38만 원”이라며 “치료비가 그 이상으로 몇 십 배 쌓여가니 건강은 뒷전이고 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바추크 씨는 급기야 의료진에게 스스로 퇴원을 요구했다. 모든 치료를 중단하고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결정의 이유가 다름 아닌 치료비 때문임을 알게 된 을지대학교병원이 퇴원을 만류하고 나섰다. 치료비의 절반 이상인 약 2천만 원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김하용 을지대학교병원장은 “퇴원을 한다 해도 당장 비행기를 탈 수 없을 정도의 몸 상태인데도 치료비 때문에 퇴원을 감행하는 환자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바추크 씨는 “을지대학교병원의 즉각적인 치료와 대응 덕분에 건강을 되찾음은 물론 현실적인 문제도 해결한 후 몽골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며 “한국말도 모르는 외국인을 위해 성심껏 치료해주신 심장내과 강기운 교수님을 비롯한 모든 의료진들, 그리고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칼트마 바툴가(Khaltmaa Battulga) 몽골 대통령은 9월 11일 “을지대학교병원의 인도적 도움으로 몽골의 유능한 학자의 목숨을 구하게됐다”며 “병원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하다”는 내용의 감사서신을 주한 몽골대사관을 통해 을지대학교병원에 전달했다. 또 바추크 씨를 한국으로 초청한 문화재청(청장 정재숙)도 을지대학교병원에 감사패를 수여했다.